기사원문: https://www.sedaily.com/NewsView/29OD4G6EO2
◆뇌졸중 응급의료 이대론 안된다 <하>
환자 85%가 후유장애 고통받는데
병원도 의사도 부족한 현실 되풀이
전국 어디서든 제때 치료받을수 있게
인력·의료체계 대대적인 수술 필요
이경복 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집중치료실 수가가 터무니 없이 낮다”며 "병원 입장에서는 사실상 무리하면서까지 운영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뇌졸중 전임의가 부족한 배경도 이러한 제도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종합병원급 뇌졸중 집중치료실 입원료는 13만3320원으로 일반과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실료 17만1360원(6인실 기준)보다도 낮다. 대부분의 뇌졸중 의심 환자는 응급실로 내원하지만 이 때 응급진료 전문의 진찰료·관찰료 등이 산정되는 것과 달리 실제 진료를 담당하는 신경과 전문의 앞으론 진찰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뇌졸중 전임의들의 처우가 좋을리 없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리는 전화를 받으며 '온콜'(호출당직)을 서도 당직비 자체가 지급되지 않는 게 대부분이고 뇌졸중집중치료실에서 24시간 근무하고 나면 전담의 수당으로 2만7730원이 나온다.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최저시급은 커녕 1000원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차재관 동아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제가 58세인데 4살 어린 후배 교수와 둘이서 퐁당퐁당 당직을 선다"며 "어젯밤 당직을 서는 동안 전공의에게서 10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 중 5건이 뇌졸중 의심 환자였고 1명에게 시술을 했다"고 말했다.
tPA 시술 환자가 몇명이나 발생할지 모르지만 뇌졸중 전임의들이 당직비조차 없이 밤새 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건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된다'는 사명감때문이다. 하지만 사명감 만으론 현행 시스템이 지속될 수 없다는 위험신호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올해 신경과 전문의 시험합격자 83명 중 5명만 뇌졸중 전임의로 지원했다. 전국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14개 중 전임의가 근무하는 곳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유일하다"며 “현 추세라면 5~10년 뒤 뇌졸중 전문의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뇌경색 발생 후 후유증 없이 완전히 회복한 환자가 5년간 지출하는 의료비용이 약 4700만 원인 데 반해 후유장애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보행,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환자는 총 2억4000만 원을 지출한다. 골든타임 내 치료 여부로 환자 1명당 비용지출이 2억 원 상당 차이가 나는 것이다.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사회경제적 의료 지출을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급성기 치료가 이뤄질 수 있는 뇌졸중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며 "수가 정상화와 보상체계 개선 없이는 전문의료진이 충분히 확보되기 어렵다. 25년째 반복되는 구급차 뺑뺑이가 중단될 수 있도록 현장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안경진 기자
바이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