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대응 30년째 그대로"…작심 발언 쏟아낸 뇌졸중 대가
기사 원문 :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4171841?sid=102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
빠른시간 치료할 병원확보 중요
안타까운 죽음들 되풀이 막아야
국내 응급의료 기본체계가 갖춰지기 시작한 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공포됐던 1994년 무렵부터다. 당시 배 교수는 경기도에서 공중보건의 복무를 마치고 임상현장에 첫 발을 디딘 새내기 의사였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 함께 복무했던 동료가 경막하출혈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사고 직후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었다는데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느라 처치가 늦어졌다는 말을 들으니 기가 찼다.
'뇌졸중 환자가 첫 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일념을 가지고 뇌졸중 안전망 구축에 평생을 쏟았는데 지난해 서울아산병원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간호사를 급히 다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허탈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매년 10만 명이 넘는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지만 여전히 20%는 처음 이송된 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다른 병원으로 전원된다. 지역에 따라서는 이같은 환자 비율이 45%까지 올라가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배 교수는 “설상가상 뇌경색 치료를 담당할 의사 수가 부족해지면서 이런 체계가 일시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며 “개별 병원이 감당할 수 없다면 집중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급성기 치료부터 집중치료실 치료, 시술, 수술, 중환자 치료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의 전문 치료가 가능한 포괄적 뇌졸중센터(CSC·Comprehensive Stroke Center)가 운영될 수 있도록 권한을 몰아주자는 것이다.
뇌졸중학회는 미국 시스템을 참고해 2012년부터 뇌졸중센터 인증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인증을 받은 전국 84개 센터 중 72곳은 급성 뇌경색 환자에게 혈전용해제를 사용하거나 뇌혈관에 기국를 삽입해 혈전을 제거하는 재관류치료가 가능하다. 전국 14개 권역심뇌혈관센터가 CSC 역할을 맡는다면 한결 효율적 시스템이 갖춰질 것이라 보고 유관학회와 CSC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중지를 모으고 있다. 그는 “안타까운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전국 어디서나 비슷한 수준의 급성기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도 의지가 있다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안경진 기자 바이오부 realglasses@sedaily.com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9N6V21WF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