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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뇌졸중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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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이야기뇌졸중을 이긴 사람들

네번째 인터뷰
“위대한 도전은 계속된다.”
김인식 감독

온 나라를 야구 열기로 뜨겁게 달구었던 WBC는 막을 내렸지만, 아직도 대회 중 김인식 감독이 남긴 ‘위대한 도전’이란 말은 희망을 독려하는 많은 곳에서 회자되고 있다. 사실, 김인식 감독의 위대한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갑작스럽게 뇌경색 판정을 받았던 그는 힘겨운 재활치료를 이겨내고 한 달 만에 경기장을 밟았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떠들어댔지만 의외로 김인식 감독은 담담했다. 그간의 치열했던 병과의 싸움은 그 자신만이 알기 때문이다. 바쁜 경기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시즌 중에 어렵게 김인식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그때 당시 한화이글스의 새 사령탑으로 내정된 때인데 많이 놀라고 힘드셨을 것 같아요.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나요?

그때가 2004년도 말이었어요. 12월 초쯤에 한 야구선수의 결혼식에 갔는데 갑자기 한쪽 팔에 마비가 왔어요. 나중에 주변 사람들한테 들은 얘기로는 다리도 약간 저는 것 같더랍니다. 그때 바로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결혼식장이 청주였거든요. 청주에서 대전으로, 대전에서 서울로, 그리고 나서 신경과 전문의인 조카한테 연락해보니 분당에 있는 병원으로 가라고 얘기하더군요. 그러면서 하루가 지체됐어요. 다음 날 병원 가서 검사 받으니 뇌경색이라고 해요. 훈련이 코앞인데 다른 방법이 없었지요. 바로 입원하고 치료 시작했어요.

Q뇌졸중 발병 전에 몸이 이상하다고 느낀 적은 없으셨나요?

2004년에 일본에서 마무리훈련을 다 끝내고, 한국 들어오기 전에 임원 분들하고 코칭스태프들하고 골프를 치러 나갔습니다. 저는 골프를 그다지 잘 치는 편은 아니지만 실수는 안 하거든요. 그런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스윙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때는 그저 ‘연습을 안 하고 너무 오랜만에 쳐서 그런가 보다’했죠. ‘아무리 그래도 이럴 리가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게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리조트에서 방이 있는 곳까지 오려면 구름다리를 지나야 했어요. 다리 중간쯤 건너 오는데 갑자기 두 다리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당시에는 전혀 몰랐죠. 나중에 병을 앓고 나서 그때 생각이 번뜩 났습니다. 그때부터 이미 몸의 밸런스가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Q뇌졸중에 걸리게 된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그보다 워낙 술하고 담배를 좋아했어요. 술은 어마어마하게 마셨고 담배는 하루에 세 갑 정도 피웠었죠.

Q술하고 담배, 지금은 안 하시죠?

그럼요. 병을 앓고 나서는 절대 안 합니다.

Q병원에 입원해 계시면서 어떤 치료를 받으셨나요? 많이 힘드셨지요?

침을 맞으면서 재활치료를 병행했습니다. 재활치료가 정말 힘들었어요. 오른쪽이 마비돼서 스스로 몸을 못 가누니까 두꺼운 끈으로 마비된 부분을 고정시키고 재활 기구의 도움으로 움직이는 연습을 했어요. 힘들지만 하루에 여섯 시간씩, 빠지지 않고 날마다 했습니다.

Q재활치료 기간 중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불편함’이죠. 몸이 마비된 것, 다시 말해서 몸을 내 마음대로 가눌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일인가 절실히 느꼈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병을 앓기 전에는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도 못했으니까요.

Q병원에 계실 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던 것(혹은 사람)은 무엇(누구)인가요?

치료 중에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하나님께 의지했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비록 몸은 불편해도 마음만은 편하더군요. 마음이 편해지니까 ‘반드시 나을 것이다!’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강해지면서 몸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Q회복 후 후유증이나 남아있는 불편한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많이 좋아졌지만 다리는 아직도 불편합니다. 계속 운동 해야지요. 재활 후 한 6개월 정도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는데, 그 다음부터는 템포가 느려지더군요. 그래도 한참 지나고 나면 느낄 수 있어요. 미세한 다리의 각도나 움직임 등 예전에는 안 됐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거든요,

Q평소에는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시나요?

제가 맡고 있는 한화이글스는 홈 구장이 대전입니다. 아파트에서 경기장까지 걸어서 45분 정도 걸리는데, 차로 이동하지 않고 운동 삼아 걸어 다녀요. 그리고 하루에 한 시간씩 팀 트레이너에게 마사지를 받아요. 5년 동안 쭉 그렇게 해왔습니다.

Q야구 감독은 피 말리는 승부의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평소에 스트레스를 푸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특별한 건 없습니다. 그저 리모콘 돌려가며 텔레비전 프로그램 보는 정도죠.

Q감독님이시니까 재미있는 질문 하나 드릴게요. 경기 중에 선수들이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경우는 어떨 때인가요?

전부 다 그렇죠.

Q그래도 하나만 고르신다면요?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것을 못할 때. 그럴 때는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Q현재 뇌졸중을 앓고 있는 다른 환자들에게 가장 당부하고 싶으신 말은 무엇인가요?

포기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재활치료가 정말 힘듭니다. 하지만 이를 악 물고라도 해야 합니다. 모든 과정을 견뎌내는 사람만이 병을 이겨낼 수 있어요.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꾸준히 운동하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발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앞으로의 치료 계획과 올해 소망이나 계획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다른 거 있나요. 이번 시즌에 한화이글스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거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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