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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뇌졸중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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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이야기뇌졸중을 이긴 사람들

세번째 인터뷰
“희망은 삶에 생명을 주니까요.”
탤런트 김희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으니까, 하고 희망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생각만으로는 사실 쉽지가 않죠. 어떻게 보면 자신을 계속 속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Q현재 근황을 알려주세요

연말이 다가오면서 각종 영화제가 많이 열리고 있어요. 충무 영화제도 있었고 부산국제영화제도 있었죠. 영화제에 참석하기도 하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5년 째 강의를 하고 있는데 좀 멀어요. 전북과학대학에 있는 영상파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1주일에 한 번씩 가는데 보람도 있고 즐겁습니다. 저는 많은 분들이 제게 느끼는 엄하고 강한 이미지보다는 학생들에게 친숙한 선생이고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은 저를 친구같은 교수, 재미있는 교수로 여기죠. 생활에 많은 힘이 됩니다. 즐거운 일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많은 것들을 오히려 배우게 되죠. 가끔씩은 주례도 봅니다. 제가 살아온 날들에 대한 경험이 바탕이 되죠. 처음에는 좀 어색했는데 가끔씩 하다보니 요령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요즘은 그렇게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Q뇌졸중 발생 당시 처음 자각을 하셨을 때 상황이 어떠셨나요?

회의 중이었어요. 그 도중에 저는 기억이 없습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제가 팔짱을 끼고 잠을 자더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의식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흔들어도 일어나지 못하니 저를 업고 병원으로 누군가 달려갔던 거죠. 그 당시 저는 술과 담배를 아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으실 겁니다.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소주를 열 병씩 마셨고 담배도 하루에 4갑 씩 피웠으니까요. 저처럼 많은 양의 술과 담배를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겠지만 어쨌든 술과 담배는 정말 만병의 근원이자 자신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절대 끊어야할 것들입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병이라고는 모르고 살았습니다. 병원에 가 본 적도 없고 약을 먹어본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정말 몸이 강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병을 앓게 되니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물론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제 생각에는 영화인의 경우 정말 스트레스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불규칙한 생활의 연속이죠. 새벽 3~4시에 들어와서 그 때 저녁을 먹고 촬영이 있으면 밤을 새는 것은 일반적이고 촬영이 없으면 하루 종일 집에 있을 수 밖에 없어요. 갑작스러운 실업자가 되었다 구직이 되었다 계속 반복되는 거죠. 그런 스트레스는 아마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쁠 때는 눈코 뜰 새 없다가 작품이 끝나면 무직이 되죠. 그 기간이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어요. 연예인들이 갖고 있는 비애죠.

Q처음 뇌졸중이 발병된 후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말도 생각처럼 나오지 않고 살이 많이 빠졌어요. 지금은 많이 빠졌을 때보다 살이 쪘지만 38inch였던 허리사이즈가 28inch가 되었으니까요. 애들 때문에 미국에 가 있던 와이프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공항에서 저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가더라고요. 정말 몰랐다고 하더군요. 제가 봐도 그랬습니다. 다행히 아내의 덕으로 이렇게 회복되어서 건강을 찾을 수 있게 된 거죠.

Q뇌졸중에 걸리게 된 주요 원인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까 얘기했다시피 불규칙한 생활과 술, 담배죠. 게다가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을 보면 거의 성격이 불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편안한 마음으로 규칙적인 생활, 건강한 생활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Q처음 병명을 알게 되었을 때 힘드셨을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제가 방송에서 보여 졌던 이미지들은 굉장히 강하고 거친 이미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은 굉장히 마음이 약한 편입니다. 처음 병명을 알고 입원했을 때는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도 미국에 가 있는 상황이었고 무섭고 가족과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고 힘든 마음뿐이었습니다. 원래 병원에 가본 적도 없었는데 매일 병원에 있어야 한다니 너무 싫었습니다. 병원에 오기 싫었어요. 입원했을 때도 환자복을 입지 않고 제 옷을 입고 있었고요. 그래서 곧 통원치료로 바꾸게 되었죠.

Q주변의 지인의 힘이 컸을 것 같아요.

주변 지인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아내의 도움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아내 앞에서는 아이가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아이들이 공부하러 해외에 나가있으니까 둘이서 생활을 하는데 그러다보니 무엇을 하던 같이 하고 같이 다니고 있어요. 저는 고맙고 좋지만 아마 아내는 힘들었을 거예요. 그럴수록 제가 빨리 나아야겠죠. 지금도 많이 나은 상황이지만요.

Q얼마 전 영화제에 참석하셨는데 심경이 어떠셨나요?

작년에는 부산영화제에서 제 아버지의 영화가 10일간 퇴고전이 열려서 참석했었습니다. 무척이나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각종 영화제에 참석한 제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많이 좋아보인다고 하더군요. 특히 제 의상은 아내가 직접 다 코디네이션을 해 줍니다. 아내 덕에 멋쟁이로 보이는 거죠.

Q회복 후 후유증이나 남아있는 불편한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많이 좋아졌지만 다리는 아직도 불편합니다. 계속 운동 해야지요. 재활 후 한 6개월 정도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는데, 그 다음부터는 템포가 느려지더군요. 그래도 한참 지나고 나면 느낄 수 있어요. 미세한 다리의 각도나 움직임 등 예전에는 안 됐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거든요,

Q그간 큰 병에 걸린 연예인들 기사를 접해오셨을 텐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연예인들이 고생을 많이 하다보니 병이 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이는 모습은 굉장히 쉽고 화려하기만 해보이지만 실상은 그와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전에는 다른 동료들이 아프다는 소식을 접해도 그냥 그런가보다, 어서 나아야할텐데, 하는 마음뿐이었고 돌아서면 대개는 잊어버렸죠. 그런데 제가 이렇게 아프다보니 연예인들이 쓰러졌다는 기사를 접하면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고 정말 걱정을 하게 되더군요. 가슴이 아프죠. 가끔 장애인들을 보게 되어도 참 마음이 안 좋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표정은 막상 그렇게 어둡지 않아요.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어두운 것 같습니다. 물론 아프면, 신체적으로 남과 다르면 달리 보이는게 당연하지만 아픈 이들에게 더 따뜻한 시선과 마음으로 대했으면 합니다.

Q병을 알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나는 정말 제가 장사인 줄 알았습니다. 아내는 제가 불사신인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몸에 좋지 않은 술과 담배를 그렇게 하면서도 약 한 번 먹어본 적, 아픈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쓰러졌다는 사실은 청천벽력이었죠.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더군요.

Q심적으로는 어떻게 컨트롤하셨고 지금은 어떠신가요?

자꾸 다짐을 합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으니까, 하고 희망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생각만으로는 사실 쉽지가 않죠. 어떻게 보면 자신을 계속 속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반복적으로 항상, 매일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제는 정말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듭니다. 희망은 삶에 생명을 주니까요.

Q같은 병을 앓고 계시는 분들께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술과 담배는 반드시, 꼭 끊으시기 바랍니다.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하면 굉장히 짜증나고 듣기 싫습니다. 그건 아마도 자신이 무언가에 의존적이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본인 스스로가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고 자신의 건강입니다. 내가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내 가족도 돌보고 가족의 행복을 깨지 않는 겁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우리는 자주, 아주 자주 잊고 살고 있습니다. 저처럼 아프고 나서 후회하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Q병이 호전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의사의 처방에 잘 따라야 합니다. 힘들고 괴롭지만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 일어나기 위해서는 의사가 지시하는 대로 열심히, 성실히 임해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생각, 긍정적인 생각을 억지로라도 가져야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가족들의 도움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태의연한 얘기 같지만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알게 되겠지만 그러기 전에 건강을 건강할 때 지키셨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Q앞으로의 치료 계획과 올해 소망이나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저도 같은 소망입니다. 올해보다도 내년이 더 행복한, 더 나은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겁니다. 내년에는 제 아들이 연기자로 데뷔를 해서 제 뒤를 잇게 됩니다. 제 아버지도 영화인이셨고 제 아들도 배우의 길을 가게 되니 3대가 같은 일을 하게 된 거죠. 감회가 남다릅니다. 집안에 앞으로는 좋은 일들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음이나 몸이 아프신 분들 모두 아픔을 다 털어버리시고 희망을 갖고 건강하게 회복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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