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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뇌졸중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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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이야기뇌졸중을 이긴 사람들

2018년 뇌졸중을 이긴 사람들 수기 공모
“가족의 힘”
우수작최O호

2년이 지난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기만 하다. 자고 일어났는데 두 눈의 초점이 맞지 않고 오른쪽 반신이 굳어 움직임이 힘들던 그 날 아침의 일…… 지금 생각해 보면 예정된 일이기도 했을지 모르겠다. 흡연과 과음이 생활화가 되어 있었고, 운동은 10년 가까이 멀리하고 있었으니까. TV에서나 병원에서 강조하는 골든타임이 중요했던 발병은 아니었지만, 뇌경색 판정을 받고 많은 후유증이 뒤따랐다. 3일 만에 반신마비가 풀려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라고 위로해 주시던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솔직히 그 시절 뒤에 들어오지 않았고, 초점이 맞지 않아 안대를 꼭 껴야만 했던 모습과, 오른 손의 저림, 오른쪽 얼굴의 시림, 계속된 어지러움으로 현재에 대한 불만이 내 온몸을 휘감았다. 나보다 더 위중한 환자들은 생각하지 못하고 그 때 겪었던 고통이 계속되는 삶이라면 도저히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못난 생각만 들었다.

그 때 와이프가 가져와서 병실 구석에 놓아 둔 가족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가족들의 모습이, 특히 내 아들과 딸의 모습이 내 눈알 속에 박히듯 다가왔다. 출근할 때면 ‘아빠 힘내세요!’ 노래를 불러 주던 내 아이들. 그 노래 가사의 의미도 모를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었지만 내가 힘을 내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부담을 오롯이 내가 사랑하는 아내가 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이대로 주저 앉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일을 통해 내가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1년이 넘게, 아니 솔직히 이야기하면 지금까지도 지속되는 뇌경색 후유증의 괴로움을 온전히 도와주고 있는 가족의 힘을 여태까지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내가 너무도 부끄러웠다.

처방된 약을 빠뜨리지 않고 잘 먹었다. 가벼운 운동이지만 하루에 3시간씩 운동을 했다. 기름진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술과 담배를 단번에 끊었다. 살아야 했다. 일어나야만 했다. 철저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80kg에 육박했던 몸무게가 63kg까지 줄었고, 지금 현재 겉보기에는 뇌경색 발병 전보다 오히려 건강해 보인다. 18개월 후 뇌 MRI검사에서 놀랍게도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검사 결과가 매우 좋게 나와, 다음 MRI는 3년 후쯤 찍어도 될 것 같다고 하신다.

내 직업은 학원 강사다. 뇌경색. 흔히 중풍이라 얘기하는 이 병으로 어눌하고, 불명확한 발음이 내 입에서 나왔을 때 내가 하던 일은 이제 끝이라 생각했다. 주면 지인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발병한 지 2년이 지난 오늘, 나는 지금 강단에서 아이들의 입시를 도와주며 교육한다. 강의가 많을 때는 하루에 10시간을 강의하기도 한다. 가족들의 걱정도 있지만, 너무 무리하는 것 같은 부담도 있지만, 난 지금 내가 일을, 그것도 예전에 해왔던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내 발병을 통해 가족의 힘을 경험한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축복이고 감사의 제목인지 모른다. 과거 몸이 굉장히 안 좋았을 때의 모습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 기적이 아니라, 지금 내가 일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기적임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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