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헬스미디어] 입력 2023.10.27 08:50
기자장민욱 원장
장민욱 뇌비게이션 신경과 원장
장민욱 뇌비게이션 신경과 원장
갑자기 발생하는 뇌졸중은 노년기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 손상을 유발한다. 뇌혈관이 혈전으로 막히면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이고, 뇌혈관이 터지면서 출혈이 생기면 뇌출혈(출혈성 뇌졸중)로 구분한다. 뇌졸중은 치료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만큼 예방적 관리도 중요하다.
뇌졸중은 막힌 혈관을 빠르게 뚫어 기적적으로 후유증 없이 회복했어도 다시 재발할 수 있다. 뇌졸중 위험요인을 가볍게 생각해 뇌졸중 2차 예방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2019년 여름, 응급실로 50대 중년 남성이 회사에서 아침 회의를 진행하다 쓰러져 119를 타고 내원했다. 오른쪽 반신을 전혀 쓰지 못한 채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뇌영상 촬영으로 좌측 뇌동맥이 막힌 것을 확인하고 혈관을 뚫어주는 시술로 2시간만에 혈관을 재개통했고, 급성기 뇌졸중 치료 후 휴우증 없이 퇴원했다. 그런데 퇴원 3개월만에 다시 이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왔다. 이번에도 6시간에 걸쳐 혈관 재개통술을 시도했지만 막힌 혈관을 뚫지 못 했다. 결국 오른쪽 반신 마비와 심각한 언어장애를 가진 상태로 재활전문 요양병원에서 지내게 됐다. 회사에서 끊었던 담배를 피웠던 것이 엄청난 대가를 치룬 것이다.
뇌졸중은 평생에 걸쳐 후유증을 남기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의료비 지출도 상당하다. 빠른 뇌졸중 대처만큼이나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게다가 뇌졸중은 다른 혈관성 질환에 비해 발생 원리가 매우 다양해 원인 파악에만 여러 종류의 검사와 시간이 필요하다. 고혈압·당뇨병·심방세동·이상지질혈증·흡연·음주·비만 등 7가지 뇌졸중 위험 요소를 잘 조절하면 뇌졸중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1. 고혈압 : 침묵의 살인자인 고혈압이 있으면 뇌졸중 위험이 2~4배 높아진다. 혈압이 높으면 혈관벽 손상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염증 반응으로 동맥경화 유발물질이 침착돼 혈관이 탄력을 잃고 딱딱해진다. 또 혈관 내부도 점점 좁아진다. 어느 순간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이고, 탄력을 잃은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다. 나이가 들면서 고혈압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주 혈압을 측정하면서 혈압 변동 추이를 살펴야 한다.
2. 당뇨병: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서 발병하는 당뇨병도 뇌졸중 위험 요인이다. 당뇨병 환자의 뇌졸중 발생 위험은 2배이고 사망률도 높다. 당뇨병으로 혈관의 상처 부위에 염증 반응을 촉발하고 여기에 동맥경화를 초래하는 지방 물질 침착이 가속화한다. 당뇨병환자가 당화혈색소를 1%만 낮추면 뇌졸중 발생 위험이 12%나 감소한다고 알려졌다. 혈당·혈압·지질 등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기존 치료법보다 심뇌혈관 질환 발생률을 47%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3. 심방세동: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심방세동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은 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질환이다. 평소 생활하다가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느꼈거나 손목 맥박이 정확하고 일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부정맥 검진을 고려한다. 심박동이 불규칙하다면 심방세동 등 부정맥을 측정하는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워치 등을 활용해 측정해보는 것도 좋다. 심방세동은 단독으로 뇌졸중 발생률을 3~5배 높인다. 1년에 심방세동 환자의 2~4%에서 뇌경색이 발생한다. 심방세동으로 진단받으면 위험 요소 등을 살펴보고 항응고제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4. 이상지질혈증 : 부작용 우려로 스타틴 약물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우려스럽다. 트랜스지방 섭취 금지 등 식생활 습관 변화만으로는 이상지질혈증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혈관성 질환의 위험 요소가 2개 이상이라면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는 약인 스타틴 복용을 권고한다. 스타틴은 고강도의 높은 용량을 복용하지 않는다면 부작용 발생 비율이 매우 낮다. 고강도 스타틴 치료도 당화혈색소를 0.4% 증가시키지만, 스타틴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비해 경미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틴 치료는 대부분 중강도 이하로 이뤄진다. 또 필요하다면 당뇨약으로 추가 조절도 가능하다. 최근엔 스타틴을 대체할 수 있는 PCSK9 억제제도 있다.
5. 흡연: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염증성 화학물질을 발생시켜 혈관 손상을 가속화한다. 흡연의 뇌졸중 위험도는 1.9배로 평가되는데 간접흡연도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담배를 끊으면 1년 이내 위험도가 50% 감소한다. 비흡연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위험도를 떨어뜨리려면 5년은 지나야 한다.
6 음주: 과음은 혈압을 급격히 올릴 수 있고 간의 지질대사 과정을 방해해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매일 소주 1병 정도의 술을 마시는 사람은 뇌출혈 발생 가능성이 10배 높아지기도 한다. 최근 늘어나는 젊은 뇌졸중은 음주·흡연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술을 마신다면 하루 소주 2잔이나 맥주 1잔 이내로 마시는 것이 좋다.
7. 비만 :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비만은 뇌경색 발생률을 1.35배 높이고 뇌출혈은 1.25배 높인다. 특히 복부 비만이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체중 1kg 을 줄이면 수축기 혈압 1.6mmHg, 이완기 혈압 1.1mmHg 를 내려 심장병 발생률 감소에 긍정적이다. 비만에서 탈출하면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
뇌졸중 발생을 막으려면 앞에서 말한 7개의 위험인자를 잘 숙지해 건강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아직 한 번도 뇌졸중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이라면 뇌졸중 발생을 막을 수 있다. 한 번 이상 뇌졸중으로 진단 받은 경우에도 또 다른 뇌졸중이 새롭게 생기는 것을 막는 2차 예방에 긍정적이다. 특히 뇌졸중 2차 예방은 뇌졸중 위험인자 조절 여부에 따라 재발률이 크게 달라진다.
뇌졸중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 네 가지(이웃·손·발·시선)도 기억해두자. 아무리 잘 대비해도 뇌졸중이 생길 수 있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뇌졸중 증상을 쉽게 기억하도록 이웃·손·발·시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하고 웃지 못하거나, 양손을 앞으로 뻗지 못하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실어증 증상이 있거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릴 때다. 이런 증상이 하나라도 있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가장 가까운 뇌졸중센터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보호자를 기다리거나 직접 이동하다가 뇌졸중 치료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 반드시 119 신고를 통해 응급실에 방문할 것을 권한다.
뇌졸중센터에서는 표준화된 최적의 치료를 받일 수 있고 중증도에 따라 우선적으로 진료도 받을 수 있다.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뇌졸중 치료는 뇌졸중센터 인증을 받은 어느 병원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수준·비용 등이 크게 다르지 않다. 평소 내가 주로 활동하는 지역에서 골든타임 안에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는 뇌졸중센터를 사전에 알아두는 것도 좋다.
뇌졸중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뇌졸중학회(www.youtube.com/@timeisbrain)'를 검색해 방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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